문경은 한국 도자 역사에서 특이한 위치를 차지한다. 경기도 광주처럼 관요가 있었던 지방도 아니고 청송이나 양구, 북한의 해주와 회령처럼 조선시대 4대 지방요로 뽑히던 지역도 아니다. 그러나 문경전통찻사발축제는 1999년부터 시작되어 문경의 알짜배기 축제로 탄탄하게 뿌리를 내렸다. 그 해답은 바로 전통에 있다. 발물레, 망댕이 가마, 국내산 적송처럼 이전부터 내려온 도예기술을 더욱 탄탄히 하고 이를 대중에게 알리는 것, 이것이 문경전통찻사발 축제의 핵심이라 볼 수 있다.
장인들의 정신, 알찬 축제로 접한다
문경에서 전통찻사발을 만드는 작가들은 2014년 기준 총 40여 명에 이른다. 7대째, 8대째 가업을 물려받아 정진하는 후계자들도 있지만 대학교 도예과를 졸업하거나 선배 도예가들에게 사사를 받고 문경에 자신의 도요를 차린 사람들도 많다. 길게 뻗은 백두대간에서 도자기의 원료인 모래흙과 산기슭 석간수를 얻기도 쉬워서라는 지리적 장점 덕분이다. 더욱이 많은 작가들이 망댕이 가마와 화력 높은 적송으로 구워낸 전통 도기를 꾸준히 만들어내고 있어 문화적 저변도 탄탄하다. 도예부분 초대 명장인 김정옥 명장, 이도다완 재현으로 명성을 얻은 천한봉 명장, 문경 출신으로 상주에 도요를 마련한 이학천 명장까지, 세 명의 명장이 문경에서 배출되었다. 전통 도자기의 명맥을 이어가는 지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축제 첫날, 망댕이 가마에 불을 지펴올리고 있다.
이렇게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문경 전통 도예를 대중들에게 쉽게 알리는 행사가 바로 문경전통찻사발축제다. 사극의 단골 배경인 문경새재오픈세트장에서 진행되어 행사 내용만이 아니라 외관까지도 전통을 되살리는 축제에 딱 들어맞는다. 먹거리나 아름다운 풍경만을 즐기는 축제가 아니기에 갖가지 체험도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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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물레 빨리 돌리기 체험.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돌리는 것도 쉽지 않다.2
다례체험. 차를 보다 맛있게 대접하기 위한 정성넘치는 예절을 맛볼 수 있다.저잣거리에서는 실제 발물레를 돌려서 빨리 돌린 사람들이 기념품을 받아간다. 도자기를 직접 빚고 그림을 그리면 가마에서 구워 택배로 발송해주는 체험도 있다. 옛 정취를 살리기 위해 이 모든 체험은 지폐가 아닌 상평통보로 진행된다. 그 외 실제 장인들이 구워낸 찻사발을 보고 접할 수 있는 체험도 있다. 바로 다례 체험이다. 귀하게 만들어진 찻사발에 차를 담아 그에 맞는 예절으로 차를 마시는 것이다. 차 한 잔만 후루룩 따라마시고 끝나는게 아니다. 정좌한 채로 한 모금 한 모금 마시다 보면 무심코 마셨던 차 한 잔의 향이 새롭게 다가온다.
흙물에서 도자기 구슬을 찾아다니는 아이들.
찻사발을 비롯한 문경의 특산품을 받을 수 있는 체험도 있다. 오픈세트장의 광화문 뒤편에 마련되어 있는 흙 속의 진주 찾기 체험이다. 한번 체에 거른 도자기 흙물 안에서 도자기 구슬을 찾아 여기저기 걷고 뛰다 보면 어느새 옷에도 흙물이 함빡 든다. 대신 찾은 진주로 문경 찻사발을 선물로 받을 수 있으니 각오가 섰다면 열심히 찾아보자. 이밖에도 '문경사기장의 하루' 체험, 소원燈달기·놀이, 찻사발 그림 그리기 등의 다양한 행사들이 준비되어 있으니 문경전통찻사발축제를 즐기는 동안 지루할 틈이 없을 것이다.
도자기가 내 마음에 쏙! 들어온다
도예 체험을 통해 전통 도자기의 세계에 대해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망댕이 가마에서 도자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 수 있는 이런 체험을 하고 나면 일견 사기장에 대한 존경심이 슬금슬금 들곤 한다. 일정한 속도로 도는 전기물레와는 달리 발물레는 발로 돌리는 세기와 속도에 따라 손의 느낌도 다르게 묻어난다. 또한 장작불을 때는 망댕이 가마는 불이 빠지려고 할 때 재빨리 장작을 넣어야 해 한시도 가마 앞을 떠날 수가 없다. 힘든 과정이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마음에 드는 도자기가 나올 가능성은 아득히 멀어지기에 문경 도예가라면 누구나 감수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보다 실감나게 들을 수 있는 이벤트가 여러 날에 걸쳐 열린다. 명장들이 직접 관객들에게 작품 해설을 해주는 사기장과의 만남이 그것이다. 6.25 이후 외면받았던 도자기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고 옛 기술을 복원한 달인들이 전하는 이야기인 만큼 찻사발에 관심이 생긴 사람이라면 꼭 참석하기를 추천한다.
숨가쁘게 달려오는 현대사 안에서 잠시 잊혀질 뻔한 도예 기술은 그 지방의 예술가들이 다시 맥을 잡고 발전시켜왔다. 흙과 물을 개켜서 곱게 거르고 그 점토로 갖가지 모양을 만들고 그림을 새겨 용광로처럼 뜨거운 솔불에 구워내는 과정은 그들의 정신을 그릇에 새겨지게 했다. 문경전통찻사발축제는 그 정신을 접하고 전통에 대한 예의를 갖출 수 있는 장으로서의 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다.
도자기 가격이 비싸 엄두가 안나는 분이 있다면 축제장에서 열리는 찻사발 깜짝 경매와 생활도자기관에 주목하세요. 장인들이 꼼꼼하게 만든 작품을 오로지 선물하는 마음으로 저렴하게 팔고 있답니다.
글 트래블투데이 홍성규 취재기자
발행2018년 05월 03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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